22년도 겨울.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몸을 닦고 옷을 입고 있었다.
시끌시끌
탈의실 입구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 했다. 젊은 청년과 아저씨의 대화였다.
아저씨는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고, 밝은 청년은 예의 있게 다 받아주고 있었다.
관리 아저씨와 밝은 청년
뭘 그렇게 세세히 설명을 해주시는지... 목소리라도 작게 하던지... 정말 우렁차다.
"여기가 신발장이야. 신발을 여기에 넣고 들어오면 돼"
"아 그렇군요."
"그리고 여기 부터 1번이 시작이야."
"여기 아래엔 기둥이 있는데 기둥 밑에는 쓰레기통이 있어"
"쓰레기통이 여기 있군요."
"그리고 기둥을 지나서 여기 부터는 100번이야"
"그래요? 번호 차이가 꽤 나네요."
'저 청년은 저걸 다 받아주네. 관리 아저씨 인가? 그런 캐릭터 이였구나.'
반년 동안 수영장을 다니면서 관리 아저씨의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밝은 청년은 직업은 서비스센터 직원?
아저씨가 하나하나 설명 해주고 있었고, 청년은 친절히 답을 하고 있었다. 창과 방패 같았다. 이렇게 친절히 받아주면 말하는 사람도 신나긴 하겠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LG에 불났다고?" 로 유명한 일화가 생각이 났다. 청년의 직업은 콜센터 직원? 서비스센터 직원? 뭘까? 저렇게 밝고 친절한 청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 했다.
놀라지 마세요!
"놀라지 마세요~ 시각 장애인 입니다."
이마저도 경쾌 하다.
❓❗시각 장애인이었다. 나는 눈이 커졌다. 짐작도 못 했다. 시각 장애인이 수영장엔 어쩐 일이지? 아. 환복은 할 수 있지. 여기까지 오너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몇 시에 나왔을까? 얼마나 걸렸을까? 장애인이지만 저렇게 밝을 수 있구나. 아니, 장애인이 왜 밝을 수 없겠어.
청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어려움을 품고 산다. 단점이기도 하고, 장애가 되기도 하고, 트라우마 이기도 하다. 코앞에 장애물을 생각 하며 이것만 좀 해결 되면 내가 잘 할 수 있을텐데... 코앞에 문제를 보며 한숨 쉰다.
하지만 문제는 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도 바로 다음 문제와 대면 한다. 디폴트다. 기본 옵션이다. 패시브 스킬이다.
그러니 나도 유쾌한 청년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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