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가 자꾸 뉴뉴의 레고를 부 쉰다. 손 힘이 부족하고 능숙하지 못해서 부서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정말 장난으로 부쉰 적도 있다.
"래미는 내가 만든 거 부수기만 하고, 한 대 때리고 싶어요. 래미는 못 해!"
속상한 마음을 달래 본다.
"많이 속상하겠다. 뉴뉴가 힘들게 만들었는데 래미가 부셔서 많이 화나겠다."
"지금은 화가 나서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어. 아빠도 똑같은 일이 생겼어도 뉴뉴 처럼 화났을 거야."
"마음이 좀 진정되면, 래미가 못 한다는 말은 하지 말고 뉴뉴가 진짜 뭘 원하는지 잘 생각해 봐."
"래미가 계속 못 해서 부수길 원하는 건 아니지?"
"못 하닌까 못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데, 왜 못한다고 이야기하면 안돼요?"
"사실을 이야기하는 건 잘못 한 건 아니야. 네가 원하는 게 래미가 계속 못 하는 거야? 얼른 잘해서 방해도 안 하고 실수로 부셔도 다시 고칠 수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설명을 해보지만 납득이 될 리 없다.
뉴뉴가 조금 진정된 후, 나는 다시 이케아 가구를 조립을 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화나는 일이 생기면 자책과 온갖 욕을 다한다.
"아씨!", "내가 뭐 그렇지.", "아.... 하...."
이 진흙탕에서 빨리 발을 빼지 못하면, 점점 나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지, 누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앞사람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은 상황에 척척 맞아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써내려 간다.
옆으로 비켜줘
"뉴뉴야 옆으로 좀 비켜줘~" 뉴뉴가 자리를 내줬다.
"거봐! 아빠가 원하는 건 뉴뉴가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는 거였어. 그래서 비켜달라고 하니깐 뉴뉴가 비켜줬잖아."
"뉴뉴가 앉아 있다고 아빠가 '뉴뉴는 옆에 앉아 있어. 아빠는 가구를 조립해야 하는데 앉아있기만 하고!'라고 사실을 이야기했다면 뉴뉴가 바로 비켜줄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바로 비켜주지 못했겠지?"
"아빠는 뉴뉴에게 '옆으로 좀 비켜줘'라고 원하는 걸 이야기했더니 됐잖아. 지금 화가 나고 속상하지. 마음이 조금 진정되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잘 생각하고 이야기해봐"라고 이야기했다.
내 말이 끝나자 뉴뉴는 눈을 반짝이며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라면 좋겠지만, 그런 영화 같은 결말은 아니었다.
Inner peace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기 쉬웠다. 편한 마음에서 이야기를 하니 듣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았다. 빨리 이야기를 했고, 빨리 자리를 옮겨줬다. 세상도 이렇게 마음먹기 나름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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